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일명 "지대넓얕"의 두 번째 편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편을 읽었다.



책의 전반적인 흐름은 우선 진리를 추구하고 찾으려는 인간에 대한 역사와 통찰을 바탕으로 세 가지 철학적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가 그것이고, 이 세 가지 철학 정신을 중심으로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한 주제들을 이야기했다. 



얼핏 보면 이 다섯 가지 주제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위에서 언급했던 세 가지 철학적 접근법을 이용해 이들을 연결지어 설명하였다. 구체적인 것을 이야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그냥 느낀점을 이야기 하자면 저자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듯 보인다. 저자 자신의 생각을 나열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판단은 독자들에게 남기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저자의 생각을 너무 나열하여 자칫 편향된 사고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고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지난 번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편과 이번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편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하나의 키워드로 말하자면 바로 링크(Link)이다. 연관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적 지식이 형성된 느낌이다. 이렇게 지식들 사이에 연결 고리, 즉 링크를 많이 만들 수록 우리의 사고는 좀 더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편에서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짧은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신비 편의 의식 파트가 있다. 이 부분에서 칸트의 세계를 현상과 물자체로 나누는 관념론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우리가 바라보고 이해하고 있는 세계는 현상, 즉 우리 개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과 관념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라는 것이다. 탁자위의 컵, 밤하늘의 별, 비틀즈의 Let it be, 달콤한 사과, 빨간색 펜 등은 우리의 감각기관인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과 기존의 기억과 관념들로 부터 형성된 각자만의 해석으로 만들어진 주관적인 세계이다. 우리가 느끼는 세상은 실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세상은 원자와 분자들의 결합구조와 수많은 전자에너지들이 휘몰아치는 그런 세계일 것이다. 


또한 똑같은 빨간색을 보더라도, 똑같은 사과를 먹더라도 사람들마다 느끼는 정도는 사실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빨갛다", "달콤하다"와 같은 우리 감각에 대한 특정 기준에 따른 표현을 공통적으로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는 책에서 언급한 색맹 실험에 관한 이야기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굉장히 한정된 감각기관과 한정된 관념을 통해 각자만의 세상을 가지고 있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거대한 우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의식 파트를 읽으며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은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또다른 하나의 커다란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토록 어려운 일이기에 연인과의 다툼, 가족, 친구들과의 갈등, 나아가 사회, 국가간의 갈등이 끊임 없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토록 재밌는일이 또 있을까? 다른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아래의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 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의미와 깊이는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 비로소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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