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눈에 띄어 구입한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때 뭔가 심리학적 방어기제를 독자들에게 주문할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일부 그런 부분이 아주 없진 않으나, 막상 내용은 정신과 전문의로써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환자들의 심리 분석과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들을 심리학적 지식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실제 사례와 분석 내용을 기반으로 독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상처받지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책을 읽고 판단한 대인관계에서 상처받지않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방법은 요약하자면 두 가지다. 나 자신에 대해서 인정할 것.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둘 것


책 내용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지독한 나르시시즘적 존재다". 그렇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대부분의 인간은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과의 언쟁이 발생하면 어느 순간 객관적 판단능력은 상실한 채 오로지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밑도록 만들고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가 있고, 후배만 보면 제 앞가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저런 조언 따위를 늘어놓고 혼자 뿌듯해하는 선배들, 나는 분명 상대방에게 잘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상대방에게 섭섭함, 분노 따위의 감정을 느끼는 일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반기라도 들면 그날부로 적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항상 상대방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욕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점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내가 맞는 것 같지만 틀릴 수 있고, 상대방이 틀린 것 같지만 맞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안되고 그 이전에 기본적인 실력과 인성은 필수이다. 실력 없이 그저 남을 인정한다고 해서 인정받지는 않는 것 같다. 참 어려운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적당한 거리 두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거리를 둬야 "적당한"걸까? 그런데 이 적당한 거리 두기가 참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책에는 거절을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이 사람은 결국 상대방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에 실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의 심리적 이면에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욕구가 무리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들어줄 수밖에 없고, 결국 본인을 괴롭게한다. 참 무서운 욕구인 것 같다. 한 가지 방법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야 힘들겠지만, 이렇게 거리를 두는 것이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지않고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방법일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 판단능력을 가지고, 상대방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 훈련이 필요하듯 건강한 까칠함을 얻기 위해서도 역시 훈련이 필요하다. 필자는 요즘 남몰래 혼자서 하는 훈련이 있다. 바로 말을 아끼기. 특히나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하고싶을 때 말을 아끼는 훈련을 하고있다. 당신의 의견은 완전히 틀렸어! 그건 말도 안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말을 하고싶을 때마다 그에 대해선 침묵으로써 반대 의견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번에 읽었던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이렇게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예전에 비해 상대방과의 관계가 훨씬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침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에 적당한 피드백과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간단명료한 나의 주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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